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월병, 가족의 화합과 재회를 상징하는 중추절에 먹는 전통 중국식 과자

by 내오븐 2025. 10. 23.

중국 송편 월병(月饼) ⓒFumikas Sagisavas
중국 송편 월병(月饼) ⓒFumikas Sagisavas

월병이란?

 

월병은 이름부터가 꽤 서정적이다. 달(月)의 병(餠), 곧 달의 과자다. 손바닥만 한 둥근 과자 안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내용이 들어 있다. 가로 7~10cm, 두께는 3~4cm 남짓. 그 형태는 보름달을 본뜬 것이다. 완전함과 만남, 그러니까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본질을 은근히 암시한다. 중추절, 음력 8월 15일. 달이 가장 원만하고 가장 밝은 날이다. 이때, 사람들은 흩어졌던 삶을 잠시 멈추고 모인다. 그 자리에서 월병이 오간다. 달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완전함은 잠시지만 강렬하다.

이 과자의 속은 겉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얇게 민 밀가루 반죽 안에 들어가는 건 팥소, 연꽃씨 앙금, 달걀노른자, 견과류, 흑깨, 심지어 육포까지. 이것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시대와 지역, 입맛과 기억이 하나로 뭉친 집합체다. 겉면엔 '중추월', '복', '수' 같은 문자가 양각으로 새겨지고, 문양이 들어간다. 광동식 월병은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소주식은 얇은 반죽에 짭짤한 속이 중심이다. 아이스크림, 치즈, 초콜릿, 녹차 같은 이질적인 요소가 등장하면서, 월병은 이제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취향 사이를 오가는 교차점이 되었다.

 

월병의 역사와 유래

 

이 작은 과자는 생각보다 오래된 반란의 기억을 품고 있다. 이야기의 무대는 원나라 말기다. 주원장이라는 인물이 명나라를 세우기 전, 몽골 세력에 맞선 봉기의 메시지를 월병 속 쪽지에 담았다. 말 대신 과자, 외침 대신 앙금. 그렇게 전해진 메시지는 동시에 들불처럼 번졌고, 결국 역사가 바뀌었다. 월병은 그날 이후 단순한 군것질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도구였다. 말하지 않고 전하는 방법, 소리 없이 퍼지는 의지, 나아가 ‘희망’이라는 개념의 가장 달콤한 형태였다.

송나라 때 이미 '월병'이란 이름은 존재했고, 명·청대에 이르러 현재 우리가 보는 모양과 문화가 완성됐다. 시간이 흐르자 월병은 더 이상 지배자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고리로 기능하게 된다. 20세기 초 도시 곳곳에 월병 전문점이 생기고, 지역별로 서로 다른 개성이 반죽과 속에 담기기 시작했다. 상하이는 견과류, 베이징은 단맛. 기술이 따라오면서 대량 생산도 가능해졌고, 보관도 쉬워졌다. 월병은 점점 더 많은 손에 닿았다. 그리고 더 많은 마음을 건드렸다.

그 변화는 국경도 뛰어넘었다. 세계로 퍼진 중국계 이민자들과 함께 월병도 다른 땅에 뿌리를 내렸다. 미국, 캐나다,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이름도 발음도 다른 나라에서 이 과자는 중국인의 기억을 담은 채 낯선 입맛을 만났다. 말레이시아에선 코코넛이, 미국에선 저칼로리와 글루텐프리가, 일본에선 팥의 단맛이 중심을 차지한다. 한국에서도 설탕을 줄이고 건강을 앞세운 월병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이 둥근 과자는 다양한 문화와의 충돌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소화하며 확장해 나갔다.

 

중추절 전통 과자, 월병(月饼)의 레시피와 맛있게 만드는 방법

 

중국에 중추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위에는 언제나 둥근 달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사람들 사이엔 월병이 놓인다. 둥근 달과 둥근 과자, 그리고 둥글게 모인 가족. 이 세 요소는 중추절의 본질이다. 월병은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선다. 이것은 과거와 현재, 부재와 재회를 연결하는 장치다. 그래서 직접 월병을 만들어보는 일은 단순한 요리 이상의 경험이 된다. 자신만의 재료를 넣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월병은 요즘 홈베이킹 트렌드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기본 재료와 반죽 만들기

 

월병은 구조적으로 단순하다. 겉의 반죽과 속의 재료. 이 둘만으로 구성된다. 반죽을 위해 필요한 재료는 중력분 혹은 박력분, 물엿이나 꿀, 식용유, 그리고 알카라인수 또는 베이킹소다를 희석한 액체다. 꿀과 물엿은 달콤함을, 기름은 부드러움을 만든다. 이 재료들이 하나로 섞이고, 랩으로 덮어 약 한 시간 정도 숙성되면, 반죽은 새로운 상태로 태어난다. 부드럽고, 탄력이 있다. 과자이면서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죽의 상태는 굽기 전 마지막 변수다. 너무 질면 흐물거리고, 너무 되면 깨진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반죽은 완성된다. 가장 이상적인 식감은 그중간이다. 촉촉하지만 흐르지 않고, 탄력 있지만 질기지 않은 상태. 그것은 실험처럼 반복하며 찾아야 할 영역이다.

 

속 재료 선택과 조합

 

월병의 속은 단순하지 않다. 팥앙금, 연근앙금, 견과류 혼합, 흑깨 소, 오렌지필, 절임 노른자. 각각의 재료는 고유의 역사와 의미를 가진다. 특히 절임 노른자는 월병 속의 작은 태양이다. 복과 풍요를 뜻하며, 달콤한 앙금과 짭짤한 노른자가 입안에서 부딪힐 때, 그 충돌이 남기는 여운은 꽤 오래 간다.

요즘 월병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녹차가루, 코코넛, 커스터드, 치즈, 초콜릿, 피넛버터까지. 이들은 외부의 침입자가 아니다. 월병은 이질적인 재료들을 받아들이면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다양성 안에서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낸다. 각자의 취향을 녹여내는 일. 그것이 요즘 월병의 새로운 방식이다.

 

모양 내기와 굽기

 

반죽과 속이 준비됐다면, 다음 단계는 형태를 완성하는 일이다. 반죽을 펴고 속을 넣은 뒤, 다시 둥글게 감싼다. 이후 월병 틀에 넣어 누르면, 문양이 새겨진다. 이름 없는 과자는 여기서 얼굴을 얻는다. 계란노른자물을 겉에 살짝 바르고,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는다. 굽는 시간은 10~15분 정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굽는 중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느냐다.

계란물을 여러 번 바르면 표면 색이 얼룩진다. 수분이 많은 속은 굽는 중 터질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은 굽기 전에 결정된다. 준비가 완벽하다면, 오븐 속의 월병은 고요히 익어간다. 온도는 조용히 진실을 드러낸다.

 

더 맛있게 만드는 팁과 응용

 

맛은 디테일에서 갈린다. 꿀 대신 올리고당을 쓰면 쫀득함이 살아난다. 견과류는 볶는 순간 향이 달라지고, 연근 앙금에 율무나 밤을 넣으면 식감이 복합적으로 진화한다. 이런 조합은 단순한 맛을 넘어 기억을 만든다.

요즘은 밀가루 대신 쌀가루, 아몬드가루를 쓰기도 하고, 앙금도 동물성 재료 없이 만든다. 알레르기나 채식을 고려한 선택들이다. 저당 앙금을 사용하면 당 섭취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월병은 여전히 둥글지만, 그 안의 내용은 더 넓어졌다. 과거의 상징이 미래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순간이다.

 

월병을 만들어 먹어 보고 난 소회

 

월병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과자가 아니다. 그건 오히려 기억에 가까웠다. 손으로 둥글게 빚는 그 과정 안에, 사람은 문득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과거는 대체로 사람이 함께였던 순간으로 향한다. 그 속엔 전통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기지 않는, 오래된 감정이 있다.

둥글고 작은 과자 안에는 시간과 뿌리, 그리고 사람의 서사가 들어 있다. 어디에서 왔고, 누구와 있었는지를 묻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월병은 그중 가장 조용하고 확실한 대답 중 하나였다.

한국에는 송편이 있다. 중추가절마다 찹쌀로 반죽을 하고, 참깨나 밤소를 넣고, 손끝으로 빚었다. 예전엔 큰집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송편을 만들었다. 이젠 떡집에서 사고, 나눠 먹고, 끝난다. 월병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건 그 장면이다. 할머니 댁 마당에 깔린 돗자리, 손에 묻은 쌀가루, 어른들의 웃음소리. 올해 추석엔 송편을 직접 빚어볼까 생각 중이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만들 수 있다. 손으로, 아주 느리게, 아주 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