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커리빵, 일본식 카레 특유의 감칠맛과 튀긴 빵의 구수함이 어우러짐

내오븐 2025. 11. 12. 15:19

고소한 빵과 짭짤한 카레의 조화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특징인 커리빵(Curry Pan, カレーパン)
고소한 빵과 짭짤한 카레의 조화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특징인 커리빵(Curry Pan, カレーパン) ⓒkatorisi

 

 

 

커리빵이란 무엇일까?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낸 반죽 속에 일본식 카레가 가득 들어 있는 커리빵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서 하나의 완성된 식사로 기능하는 존재다.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은 이스트로 발효되어 속을 푹신하게 만들고, 그 속에 채소와 고기가 들어간 중간 농도의 카레가 정성스레 채워진다. 이후 밀가루 옷과 빵가루를 입혀 고온의 기름에 튀기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온도와 식감의 대비가 극명한 음식이 완성된다. 커리빵의 본질은 일본식 카레 특유의 감칠맛과 빵의 구수함이 충돌하면서 어우러지는 맛의 균형에 있다. 주먹만 한 크기로 만들어 손에 쥐기 쉬우며, 휴대성과 포만감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점에서 도시의 빠른 일상과도 잘 어울리는 간식이다. 일본의 제빵점에서는 아침과 점심 시간대에 맞춰 갓 튀긴 커리빵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며, 이른 시간에 품절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든 친숙한 음식이다.

 

커리빵의 모양

커리빵의 형태는 타원형 혹은 둥근 모양을 띠는데, 보통 성인 손바닥 위에 얹으면 자연스럽게 그 둘레가 감기는 크기다. 빵 표면은 잘게 부순 빵가루로 덮여 있어 거칠고 투박한 인상을 주지만, 그것이야말로 바삭한 식감을 암시하는 명백한 증거다. 속에 든 카레가 터져 나오지 않도록 가장자리를 단단히 봉합해 두었고, 덕분에 외관은 제법 단단해 보인다. 고온에서 튀겨진 결과로 색감은 황금빛에 가까운 갈색을 띠며, 반죽의 팽창에 따라 미세한 균열이 생겨 그 틈 사이로 기름의 광택이 은은하게 비친다. 전체적으로 실용성과 미학 사이에서 절묘한 타협을 이룬 모양새다.

 

커리빵의 맛

한 입 베어 물면 먼저 느껴지는 것은 튀김 껍질의 바삭한 저항감이다. 이어서 안쪽에서 녹아내리는 따뜻하고 진한 카레가 입안에 퍼지는데, 그 맛은 단순히 매콤하거나 짭짤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풍미를 지녔다. 양파의 단맛과 고기의 감칠맛이 기름의 고소함과 결합해, 입 안에서 조용히 확산되다 이내 포만감으로 변한다. 카레 특유의 향신료는 빵의 담백한 맛을 침범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밋밋함을 자극으로 이끌어낸다. 겉은 뜨겁고 거친데 속은 부드럽고 촉촉해서, 서로 반대되는 식감이 교차하는 순간 미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 바로 커리빵을 다시 한 번 찾게 만드는 이유다.

 

커리빵의 역사와 유래

커리빵의 기원은 일본 제과점이 서양식 기술을 받아들이던 메이지 시대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한 발명자는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1927년 도쿄 아라카와구에 위치한 ‘카지야 베이커리’에서 처음 판매된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당시 일본은 서양의 음식문화를 흡수하며 자국화하던 중이었고, 영국에서 유입된 카레와 프랑스식 빵이 그 접점에서 만났다.

카레라는 음식 자체가 인도를 거쳐 영국을 통해 일본으로 들어온 것인 만큼, 커리빵은 다국적 음식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구운 커리빵이 주를 이뤘지만, 일본인 특유의 튀김 취향이 반영되면서 기름에 튀긴 형태가 자리 잡았다. 1930년대 중반부터는 몇몇 유명 제과점들이 이를 고정 메뉴로 삼으며 확산이 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식재료 조달이 어려워져 판매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전후 복구 과정에서 다시 등장해 빠르게 대중화되었다.

당시 커리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는 일종의 대용식으로 여겨졌다. 전후의 배고픔 속에서, 카레의 진한 맛과 튀김의 칼로리는 도시민들에게 일시적인 위안을 제공했다. 이후 일본 경제가 성장하면서 각 지역마다 독자적인 커리 레시피를 담은 커리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간사이 지역은 달달한 카레를, 간토 지역은 매콤하고 짠맛이 강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빵 기술이 산업화되자,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가 커리빵을 제품화하여 전국 유통망에 올렸다. 이 시점부터 커리빵은 특정 지역의 특산품이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 음식이 되었다. 학교 매점, 편의점, 역 앞의 작은 빵집까지, 어디서나 커리빵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변화의 흐름 안에서도 커리빵은 늘 시대와 입맛에 맞춰 형태를 바꿔왔다. 매운맛 카레, 야채 커리, 치즈를 넣은 크림형 커리까지 다채로운 진화를 거쳤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그 안에는 ‘일본식 카레’라는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다. 일본에서 커리빵은 음식이자 역사이며, 맛이자 기억이다.

 

대중화와 전파

커리빵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계기는 1970년대 일본 편의점 산업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냉동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대량 생산에 뛰어들면서, 커리빵은 전국 단위 유통이 가능한 상품으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출근길에, 학교 점심시간에, 심지어 퇴근길 간식으로 이 작고 든든한 빵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도시 문화와 커리빵은 이상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빠르게 소비되고, 배를 채워주며, 가끔은 기분까지 달래준다. 전통적인 제과점에서도 여전히 수제로 튀긴 커리빵을 만들지만, 대중은 더 저렴하고 빠르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편의점 커리빵에도 익숙해졌다.

90년대 들어 다양한 미디어에서 커리빵이 등장하면서, 이 빵은 음식 이상의 상징이 되었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속 주인공이 무심코 베어 무는 커리빵은 특정 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로 작용한다. 특히 초등학교 매점에서 팔리던 뜨거운 커리빵은 학창시절의 상징물처럼 여겨진다. 이처럼 커리빵은 세대를 가로질러 기억되는 음식이 되었고, 그 속에는 도시인의 피로와 일상, 그리고 잠깐의 위로가 담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관광지에서 커리빵을 지역 특산품으로 밀어붙이기도 했다. 어떤 마을은 해산물을 넣은 커리빵을 만들었고, 어떤 곳은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이용해 지역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커리빵 경연대회나 지역 축제에서의 시식 이벤트는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했고,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도 따랐다.

대중화 과정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경로는 학교 급식과 병원, 항공 기내식 같은 집단 급식 시스템이다. 이곳에서도 커리빵은 ‘부드러운 빵 속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함께 있는 완성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결국 커리빵은 거리의 간식에서 국가 전역의 일상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매해 새로운 커리빵 레시피가 출시되며, 유튜브나 SNS를 통해 맛집 정보가 순식간에 퍼진다. 그 흐름 속에서 커리빵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단지 유행을 타는 음식이 아니라, 세대를 거치며 진화하는 음식문화의 단면이다.

 

세계화와 각국의 로컬화

커리빵은 일본 국내에서 완성된 후, 조금씩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해외에 진출한 일본계 제과점이나 마트에서 조심스럽게 선보였다. 일본 식자재를 수입하는 아시아 마트의 빵 코너에 커리빵이 등장했을 때, 낯선 이름과 기름진 외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그 출발점은 대개 ‘애니메이션에서 본 적 있는 음식’이라는 이미지였다. 일본 대중문화가 수출될 때 커리빵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이민자 중심의 일본 마을이나 현지에서 운영하는 일본 식당의 사이드 메뉴로 소개되면서, 입소문은 서서히 퍼져 나갔다.

미국에서는 식감보다 풍미를 중시하는 취향에 맞춰, 속 카레에 고기 함량을 높이고 매운맛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되었다. 뉴욕이나 LA의 일본 베이커리에서는 카레 외에도 버터치킨이나 멕시코풍 고기를 넣은 커리빵이 등장했다. ‘퓨전’이라는 말이 더 이상 장르가 아니라 기본 전제로 깔리는 도시들에서는, 커리빵도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에 들어온 커리빵은 일본식 카레 특유의 달달함보다는 매콤한 맛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현지화되었다. 즉석 베이커리에서는 고추기름을 넣거나 김치를 다져서 카레와 섞은 이색 커리빵을 선보였다. 예상보다 반응은 좋았고, 특히 20~30대 직장인들에게는 간편한 점심 대용식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에서는 튀기는 조리법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오븐에 구운 커리브레드 스타일로 변형되었다. 프랑스에서는 크루아상 도우에 커리를 채운 형태로 출시되었고, 독일에서는 향신료를 줄이고 감자와 당근 위주의 담백한 속재료가 선호되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커리 자체가 익숙한 문화권이라, 오히려 일본식 커리의 순한 맛이 새롭게 받아들여졌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는 빵보다 속에 더 집중하며, 튀긴 빵보다는 찐빵 형태에 가까운 커리번이 등장했다. 각국의 입맛과 조리방식에 따라 커리빵은 이름도, 형태도 조금씩 달라졌다.

하지만 그 모든 변형 속에서도 ‘속을 채운 빵’이라는 핵심 구조는 유지되었다. 커리빵은 하나의 음식이라기보다는, 형식 위에 자유롭게 내용을 얹을 수 있는 템플릿에 가까워졌다. 세계 어디서든 ‘이 안에는 따뜻하고 풍성한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발전과 변화

커리빵은 한때 ‘어린이 간식’이라는 좁은 영역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세대를 가로지르는 음식이 되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재료와 제조 방식의 진화가 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속에 들어가는 카레였다. 초기에는 고기와 양파, 감자 같은 기본적인 재료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해산물, 치즈, 심지어 트러플 오일까지 들어간다.

건강을 고려해 오븐에 구운 커리빵도 등장했고, 비건을 위한 콩고기 버전까지 나왔다. 튀김유의 종류도 바뀌어 트랜스지방을 줄인 오일이 사용되며, 냉동 유통 기술이 발전하면서 갓 튀긴 맛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의 입맛은 빠르게 바뀌고, 제과업계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 계절 한정판 커리빵이나 지역 특산물과 콜라보한 커리빵이 대표적이다. 가령 홋카이도의 치즈, 오키나와의 흑돼지, 효고의 와규를 속재료로 사용하는 식이다.

이제 커리빵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서, 브랜드의 개성과 창의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진화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동네 빵집에서도 독자적인 레시피를 개발하며 커리빵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 속에는 단순한 빵이 아닌, 지역과 시대, 취향과 기술이 뒤섞여 있다. 커리빵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늘 지금에 맞춰 바뀌고 있었다.

 

 

 

커리빵 레시피

커리빵은 구조물이다. 단순한 재료의 조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온도, 밀도, 습도, 시간이라는 요소들이 서로를 제한하고 보완하는, 정밀한 조립식 요리다.
기본적인 구성은 셋이다. 외피가 되는 발효 빵 반죽, 내장처럼 숨겨지는 카레 속, 그리고 이 둘을 바삭하게 감싸줄 튀김공정이다.

반죽은 강력분과 중력분을 7:3 비율로 섞어야 제대로 된 조직감이 나온다. 우유와 달걀, 설탕, 이스트, 소금, 버터까지 들어가는 브리오슈 계열 반죽인데, 그 밀도와 지방 함량이 고온 튀김에서 찢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죽은 실온에서 1차 발효로 부풀고, 다시 분할된 뒤 2차 발효를 거친다.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리지만, 생략하면 결과물의 식감이 조악해진다.

속을 채울 카레는 단순히 인스턴트를 사용하는 순간, 실패가 된다. 양파는 색이 바뀔 때까지 볶아야 하고, 고기는 큐브로 썰어 식감이 남도록 익혀야 하며, 감자와 당근은 으깨지지 않게 정확한 시간 안에 익혀야 한다. 그 위에 일본식 카레 루를 넣고 중불에서 걸쭉하게 졸인다. 질척하지만 흘러내리진 않는 농도. 그 경계를 유지해야 나중에 빵 속에 넣었을 때 새지 않는다.

카레를 식히는 시간은 빵을 만드는 시간보다 더 길어야 한다. 뜨거운 상태로 반죽에 넣으면 내부에서 김이 차오르고, 튀기는 도중에 빵이 터진다. 안정적인 커리빵은 언제나 차가운 카레에서 시작된다.

이제 반죽을 얇게 펴고, 속을 넣고, 봉합해야 한다. 이때 손놀림이 유약하면 이음새가 열리고, 결과는 파국으로 끝난다. 양손으로 감싸 쥐고, 아래로 이음매를 모아 비틀 듯이 봉합하는 것이 기본이다. 밀가루를 가볍게 묻히고, 계란물에 담갔다가, 빵가루를 입힌다. 이 빵가루가 커리빵의 겉바속촉을 결정짓는다.

튀김은 170~180도로 예열된 기름에서 한다. 낮으면 기름을 먹고, 높으면 겉만 타고 속은 미완성으로 남는다. 3~4분 안에 색이 황금빛을 띠면 꺼낸다. 식힘망 위에서 기름을 제거하고, 몇 분 후에 반을 갈라본다. 카레가 흐르지 않고, 빵이 쫄깃하면서 바삭하다면 성공이다.

베이킹이란 것은 조합의 반복이다. 그러나 커리빵은 그 반복 속에서도 각 단계가 분절되고, 그 분절이 다시 합쳐져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간단해 보이지만, 쉬운 순간은 없다.

 

커리빵 만드려는 재료

커리빵을 구성하는 재료 하나하나에는 각자의 역할과 이유가 있다. 아무렇게나 골라 넣을 수 없고, 생략된 재료는 반드시 대체되어야 한다. 구성은 필수적인 재료와 선택적으로 첨가되는 재료로 나뉜다.

먼저 반죽. 강력분 250g, 중력분 100g, 설탕 30g, 소금 5g, 드라이이스트 6g, 달걀 1개, 우유 180ml, 무염버터 30g. 이건 기본 공식이다. 강력분이 구조를 잡고, 중력분이 조직을 부드럽게 만든다. 설탕은 발효를 돕고, 소금은 맛을 안정시킨다. 달걀과 우유는 색과 향을 더하고, 버터는 풍미와 결을 완성시킨다.

속에 들어갈 카레는 고기 200g(소고기나 돼지고기), 양파 1개, 당근 반 개, 감자 1개, 일본식 카레 루 50g, 물 200ml 정도가 기본이다. 여기에 다진 마늘, 생강, 후추, 간장 몇 방울을 넣으면 풍미가 더 복잡해진다. 카레는 간단해 보여도, 그 안에 있는 식재료들이 어떤 농도로 융합되는가가 중요하다.

튀김에 사용하는 빵가루는 일반적인 생빵가루를 사용하는 게 좋다. 너무 고운 빵가루는 바삭함이 덜하고, 반대로 너무 거칠면 튀김색이 고르지 않다. 계란물과 밀가루는 접착 역할을 하며, 순서는 항상 밀가루 → 계란물 → 빵가루다.

선택적으로 넣을 수 있는 재료도 있다. 치즈, 삶은 달걀, 고추, 베이컨, 옥수수콘, 시금치처럼, 조화만 생각하면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조화는 ‘카레’라는 주제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커리빵은 단순한 음식이지만, 핵심은 명확한 주제와 변주 사이의 균형에 있다.

그러니 재료는 단지 모으는 게 아니라, 각자의 기능을 이해하고 나서 배열해야 한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 배열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마치 소설에서 인물만 만들고 설정을 비워둔 것처럼.

 

커리빵 만드는 방법

커리빵을 만드는 건 체계적인 흐름을 따라야 한다. 그 순서를 어기면 실패하고, 그 논리를 이해하면 누구든 만든다. 공정은 네 단계로 나뉜다. 반죽, 카레 조리, 성형, 튀김. 순서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반죽은 먼저 이스트와 따뜻한 우유, 설탕을 섞어 발효시킨다. 여기에 밀가루와 나머지 재료를 넣고 10분 이상 반죽기를 돌린다. 반죽이 손에 덜 붙을 때까지 치대야 하고, 그 상태가 ‘창문 테스트’를 통과할 정도면 이상적이다. 1차 발효는 1시간. 두 배 크기로 부풀면 펀칭 후 분할해 둔다.

카레는 따로 만들어야 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카라멜화되도록 볶은 후, 고기와 야채를 넣는다. 익힌 후에 물과 카레 루를 넣고 중불로 졸인다. 식히는 시간을 최소 2시간 잡는다. 이것만 해도 하루가 다 간다.

성형은 간단해 보이지만 어렵다. 반죽을 납작하게 펴고 카레를 넣은 뒤, 가장자리를 봉합한다. 이때 봉합이 완벽하지 않으면 튀기는 도중 기름 속에서 폭발한다.

튀김은 온도가 생명이다. 170도로 유지하며 빵을 넣고 3분 후 색을 확인한다. 익힘의 기준은 소리와 향으로 알 수 있다. 노릇한 색과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 꺼내 식힘망에 올린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반복된 실험과 실패로 완성된다. 커리빵은 재현 가능한 시스템이지만, 정밀하지 않으면 매번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기술은 배반하지 않는다. 다만 기술을 대충 이해한 사람이 자신을 배반할 뿐이다.

 

다양한 재료로 커리빵 꾸미기

커리빵은 본래 단색의 타원형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음식은 변형을 허용한다. 겉면에 세상과 접촉하는 그 1차 시점에서 시각은 후각보다 앞선다. 즉, 보기에 예뻐야 먹고 싶어진다.

먼저 형태의 변주다. 기본 타원형 외에도 동그란 만두형, 삼각형, 하트 모양, 별 모양까지 가능하다. 성형 전에 반죽을 몰드에 넣거나 손으로 빚으면 된다.
속에 치즈를 넣고 위에 크로크무슈처럼 치즈를 녹여 구워도 된다.
카레에 강황을 추가해 반죽 색을 노랗게 만들면 시각적인 강조가 된다.

빵 표면에 바질 가루, 파프리카 파우더, 검은깨, 흑임자, 파슬리를 뿌리면 향과 색이 모두 살아난다.
속재료에 따라 외관에 표시를 해 두는 것도 좋다. 예컨대 치즈가 들어간 빵에는 치즈 큐브 하나를 밖으로 드러낸다거나, 매운맛에는 고추 슬라이스를 붙인다.

글레이즈를 얇게 입혀 광택을 주는 방식도 있다. 단, 이때는 단맛이 살짝 돌기 때문에 속재료가 달아선 안 된다.
튀김 후 가볍게 베이킹하면 수분이 날아가 바삭함이 오래 유지된다.

테마를 정해 꾸미는 것도 방법이다. '블랙 커리'를 사용해 검은색 커리빵을 만들고, 흰깨를 박아 대비를 강조하는 식이다.
‘할로윈 에디션’으로는 반죽을 주황색으로 만들고 눈 모양 장식을 붙인다.
‘크리스마스 한정’ 커리빵은 반죽에 시금치 파우더를 넣어 녹색을 내고, 치즈와 베이컨을 리본 모양으로 배치한다.

꾸미기는 단순한 외관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기대’를 유발한다. 커리빵이라는 한 입 속에, 시각적 암시를 통해 미각의 상상력을 끌어올리는 장치다.

모양과 색, 질감과 표면의 장식은 모두 먹기 전에 끝나는 설득이다. 먹기 전에 설득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맛있어도 다음은 없다.

 

커리빵을 직접 만들어 먹어본 소회

반죽을 손에 묻히는 순간, 커리빵은 더 이상 타인의 음식이 아니었다. 밀가루의 촉감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속재료로 만든 카레는 팬 위에서 천천히 농도를 올려가며 완성됐다. 양파가 녹아 사라지고, 고기의 결이 으스러질 때까지 약불로 졸였다. 겉보기엔 단순한 조합인데도, 그 안에 들어간 시간과 집중력은 제법 각별했다.

속을 채우고 봉합한 반죽을 기름 속에 넣을 때, 작은 긴장이 손끝을 탔다. 바삭하게 튀기려면 온도를 정확히 맞춰야 했고, 색이 너무 짙어지면 그건 실패였다. 커리빵은 한입 거리의 소박한 간식처럼 보이지만, 실은 디테일의 연속 위에 서 있는 결과물이다.

갓 튀긴 커리빵을 반으로 갈랐을 때,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그 안에서 농도 깊은 카레가 모습을 드러냈다. 겉은 단단하고 속은 무른 구조는 예상대로였지만, 직접 만든 그것은 먹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맛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그 안에 들어간 시간과 손길이 고요한 기분을 만들어냈다.

빵을 먹으며 사람들은 보통 맛만 기억하지만, 내가 먹은 이 커리빵은 반죽의 무게와 기름의 온도, 졸인 카레의 냄새까지 함께 기억됐다. 어쩌면 커리빵이란, 그 맛을 설명하는 데 기술보다 정서가 먼저인 음식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모양과 익숙한 재료 속에, 의외로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다음에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마도 ‘맛있어서’가 아니라 ‘다시 만나고 싶어서’일 것이다.